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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모순 - 양귀자

godsman 2018. 4. 4. 07:00

[도서] 모순 - 양귀자

회사 후배가 모순이라는 책을 언급한 적이 있다. 정확하게 언제인지, 어떤 상황인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때부터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 한번은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내에게 권했더니 먼저 읽었다. 1주일 차이로 따라 읽었다.

선입견인가, 나는 문장에 특별한 것이 없었는데, 아내와 딸은 초반에 문장이 어려웠다고 한다. 책도 99년 1월 81쇄본으로 오래된 책이라서 글자가 작다. 초판은 98년 6월이다. 반년만에 81쇄라니 당시에는 매우 인기있었나보다.


뒷표지글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 주인공 안진진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인물이다.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 아버지를 이해하는 과정은 살아가면서 알게 되는 과정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 주인공의 선택은 모순이다. 그리고 그것이 다른사람 인생과 닮았다.


줄거리를 남기지 않고, 소설 속 문장을 적는다. 할 말이 있는 문장에는 생각을 적는다. 줄거리를 남기지 않는 이유는 맨 아래의 작가노트에서 인용한 글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모의 말대로 나는 정말 심심해진다. 이모도 심심하다는 얼굴이다. 심심하지 않은 사람은 심심한 이모부뿐이다. 

그때 이모가 했던 말을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보라색 라일락을 한 무더기 꽂으면 예쁠 것 같아서 사 봤어요. 받아 주세요." 어쩌면 저렇게 말할 수 있을까?

어떻게 살아야 옳은 삶인지 그것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버지의 삶은 아버지의 것이었고 어머니의 삶은 어머니의 것이었다. 나는 한 번도 어머니에게 왜 이렇게 사느냐고 묻지 않았다. 그것은 아무리 어머니라 해도 예의에 벗어나는 질문이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인간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말을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표현으로 길게 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제 와서 생각하면, 나의 그러한 주장들은 오류가 많은 것이었다. 내 인생을 탐구하기 위해서는 나의 남동생의 인생도 가끔씩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뒷표지글처럼, 탐구한 내용이 살아보면서 바뀌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다.

사랑이란…사랑이란 말이야, 사랑에 빠지지 않아야겠다고 조심 또 조심을 해도 그렇게 되지 않는 것처럼, 영원 무궁토록 사랑하겠다고  아무리 굳은 결심을 해도 내 마음대로 되지가 않는 것이야.

내가 아는 착한 애들은 모두 바보였다.

여자 나이 스물다섯쯤되면 아무리 머리가 나빠도 이 정도 트릭은 부릴 수 있는 법이다.

10분 늦은 썸남에게 빨리 오려고 노력했다는 걸 보이기 위해 시야에 잡히는 지점부터 뛰어가는

나영규에게 치명적인 결함은 없었다. 그것이 문제였다.

선택하는 방법. 결함이 없는 것을 좋아할 것인가, 하나라도 만족되는 걸 좋아할 것인가

이 남자와 같이 지낼 앞으로의 네 시간에 대해 아무런 궁금증도 없다는 사실이 어쩌면 가장 견디기 어려운 것이었는지도 몰랐다.

당연한대로, 예약한대로 실행하는 결함이 없는 남자를 생각하는 여자

사랑을 시작한 사람들에게 한 달은 모자란 시간 때문에 한없이 짧다.

그는 희미한 것들을 사랑하고 나는 가끔 그것들을 못 견뎌한다.

또 한사람 김장우라는 남자

착하고 착한 우리 안진진, 이라고 말하는 남자 앞에서는 더욱 착해지고 싶은 것이다.

잘 사는 이모가 가난한 어머니한테 고개를 숙이지 않으면 두사람 사이의 내왕은 완전 불가능하다.

갑을관계가 아니고서야 대부분의 관계는 이렇다. 관계의 끈은 약자가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더 사랑하는 사람이 약자다.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 버린다.

이 책을 소개한 사람이 생각나는 구절이다

가족 중 누구 하나의 불행이 너무 깊어 버리면 어떤 행복도 그 자리를 대체할 수 없는 법이었다.

어머니는 남편에 이어 자식에서까지 이모에게 밀리고 있었다.

나의 불행에 위로가 되는 것은 타인의 불행뿐이다.

나영규와 만나면 현실이 있고, 김장우와 같이 있으면 몽상이 있었다.

심심한 사람, 기대가 없는 사람과 가난한 사람, 현실이 없는 사람

이것이 사랑이다, 라는 결론이 난 후부터 나는 나를 어찌해 볼 수가 없었다.

사랑을 해 보아야하는 가장 큰 이유다. 수많은 의지와 장담들과 싸워야 하고 무너져내린다.

그에게 거듭거듭 다짐했던 대로 내가 그에게 한 말은 모두 진심이었다. 술이 깬 다음날 아침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잘못을 용서받기 위해 하는 말들이 모두 진실이었듯이.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실수와 용서사이에서 갈등한다. 경험하지 않으면 용서를 구하는 말은 모두 그럴싸한 변명으로 들린다. 물론 그럴싸한 변명이 세상에 많기는 하다

사랑조차도 넘쳐 버리면 차라리 모자라는 것보다 못한 일인 것을

김장우에서 친정아버지를 돌아가시게 하고, 친정과의 관계를 끊어 놓았으며, 시장에서 양말을 팔게 하고, 가출에서 돌아와 돈을 받아가는 아버지를 보다니. 그것도 아버지를 닮았다니. 쌍둥이로 태어나서 서로 다른 성격의 남자를 만나 서로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엄마와 이모를 쓰고 있는 책이구나. 내가 선택하는 남자가 이모부일까 아버지일까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구나. 

너무 빠르게도, 너무 늦게도 내게 오지 마.

내 마지막 모습이 흉하거든 네가 수정해 줘.

죽는 일보다 사는 일이 훨씬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거든. 나는 용기가 없어서, 너무나 바보 같아서, 여러 사람이 크게 다치는 대형 사고를 만나면 절대 생존자 명단에는 오르지 못할 위인이라는 것 잘 알아. 그러니 이 죽음도 뜻밖에 만난 하나의 사고라고 여기자.

생각하지 못한 문장이다. 죽는 일보다 사는 일이 훨씬 더 많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니. 삶이고 통찰이다. 나는 어떤가?

나는 내게 없었던 것을 선택한 것이었다.

엄마와 이모는 남편을 선택하지 않았지만 나는 선택한다는 것이 달라진 걸까, 좋은 것과 나쁜 것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내게 있던 것과 없던 것을 선택하는 걸 말하고 싶었을까. 엄마의 딸이 이모의 삶을 선택한 걸 말하고 싶었을까?

이 모순 때문에 내 삶은 발전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우이독경. 사람들은 모두 소의 귀를 졌다.

어느 소설을 읽고 썼던 글이 생각난다. 지금 내 고민은 200년도 넘은 고전에도 나와 있는데 나에게 답을 알려준다고 해서 내가 그 조언을 들을까? 학생은 학생신분이 끝나봐야 안다. 딸은 엄마가 되어 봐야 하고. 그런 면에서 끊임없는 잔소리를 해야 하는가? 소의 귀를 가졌다는 표현이 좋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뒷 표지글, 소설이 나온지 20년이다. 세상은 달라져있다. 살아가면서 탐구하지 않고, 탐고하면서 살아가려는 사람들이 많다. 조건을 보고 만날 수 있는 도구가 많아졌고, 선택의 결과를 예상하는 데이터도 많아졌다. 그래서 탐구하면서 살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걸 여전히 우러러보는 세상이다.

나는 [모순]을 쓰면서 이 소설을 읽는 모든 사람이 전부 '첫 독자'이길 꿈꾸었다.

작가 노트에 쓴 작가의 말, 20년이 지났으므로 독후감도 읽지 않은 첫 독자는 드물 것으로 생각한다. 어느 TV 프로에서 인용해 주거나, 어느 유명 연예인이 읽고 있는 장면이 사진으로 찍히지 않는다면. 그래도 작가가 원하는 것이므로 가능하면 줄거리를 예상하는 건 줄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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